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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9

인생에서 피하고 사람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뭔가 정리를 하고 싶어 한다. 언젠가는 쓸 날이 있을 거라고 아껴둔 낡은 물건, 소중한 추억이 담긴 오래된 편지, 읽지 않는 책, 살을 빼서 입고야 말겠다고 옷장 속에 걸어둔 5년 넘게 입지 않은 옷가지들, 여행 갈 때마다 사온 기념품들, 주방 선반에 예쁘게 놓인 유럽풍 접시와 오리엔탈 찻잔등, 열거하자면열거하자면 A4용지 한 장도 모자랄 만큼 많다. 하지만 정리하고 싶은 것이 물건만 있겠는가. “나는 더 이상 어떤 것들에 대해 인내심이 없다. 내가 거만해져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내 인생의 한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불쾌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냉소와 과도한 비판에 대해 참을 수 없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2022. 12. 25.
열등 기능도 필요한 사회 현대는 사고 기능의 시대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고 기능은 곧 생존 기능이다. 사고 기능이 발달하지 못한 개인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도태된다. 현대의 교육은 인간이 성인으로 성장해서 안정된 직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사고 기능을 키우는데 집중한다. 뛰어난 사고 기능을 소유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학교에서, 강연장에서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지겨울 만큼 세뇌한다. 이처럼 사고 기능을 강조하는 사회는 그 이면에 잃고 있는 것 역시 많다.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합리적이지 못하고 비 과학적이라고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혈액형과 MBTI에 의한 분류의 불편함 MBTI 검사가 유행이다. MBTI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차이점을.. 2022. 12. 17.
개복동과 언니들 아침에 해장국집에 가면 장지갑을 든 남자 한 명과 국밥을 먹고 있는 언니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장 안한 얼굴들은 창백했고 눈빛은 무심했다. 그녀들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면 남자가 라이터 불을 붙여주었다. 언니들은 담배를 한두 모금 깊이 빨고는 재떨이에 비벼 껐다. 남자만이 유일하게 한 두어 마디씩 툭툭 내뱉을 뿐 식탁에는 침묵이 흘렀고, 별 식욕없는 식사를 마치면 남자가 국밥 값을 냈으며 그들은 한 차에 올라타고 갔다. 언니들은 남자의 감시하에 숙소에 가고 남자가 정해준 시간까지 쉬고, 남자가 안내하는 목욕탕엘 가고, 남자가 정해주는 시간까지 목욕을 마쳐야 한다. 오후에 욕탕에 가면 그 언니들을 자주 보았는데 참 후했다. 언니들은 '세신사'(목욕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에게 팁도 넉넉히 주고 마실 .. 2022.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