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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김장 : 성의는 없었지만 맛있기를 바래

by 7시에 말자씨는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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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장을 했다.

 

가을에 농협에서 나누어 준 배추 모종을 텃밭에 심었다.

배추까지 미칠 손이 없어 키웠다기보다는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일부는 죽고 일부는 크지 않아 아직도 풋내 나는 쌈 배추처럼 생겼지만 그중에도 튼실하게 속이 찬 게 꽤 있다. 벌레가 먹어 구멍이 숭숭 난 배추 잎은 너덜너덜 벌집 같긴 해도 언니네와 우리, 두집 김장할 정도 양은 되었다.

 

일정은 목요일에 간 절이고 금요일에 씻어 물 빼고 토요일에 버무리기

대부분 가정은 절임 배추를 사서 담그므로 하루면 끝날 것을 삼일씩이나, 아니 모종 심은 때부터 따지면 거의 석 달을 김장을 하다니 이게 다 친절한 농협 탓이다. 소금 간하고 씻어 물 빼는 것까지는 시골에서 하고 나머지는 각자 아파트로 옮겨 가서 하기로 했다.

 

초간단 김장 김치 담그기 

 

1. 김장 첫날

 

간 절이기 : 다라이에 물을 받아 소금을 잔뜩 붓고 대충 저어 녹인다. 소금물에 배추를 깊게 담갔다 뺀 후 하얀 부분에 소금을 켜켜이 더 뿌린다. 소금을 뿌린 배추를 김장 봉투에 차곡차곡 넣고 공기를 빼낸 후 끈으로 단단히 묶는다. 잠들기 전에 김장 봉투를 뒹굴리며 한번 뒤집어 주면 된다. 무거우면 뒤집기가 어려우므로 봉투 하나에 배추를 너무 많이 넣지 않는다.

 

2. 김장 둘째 날

 

배추 씻기 : 배추는 깨끗이 씻어 채반에 차곡차곡 쌓고 물이 빠지도록 덮어 놓는다.

 

육수내기 :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르니 육수를 내거나 양념하는 것도 제각각인데 우리 집은 최소한의 양념만 한 담백한 김치를 좋아한다. 비린 맛이 싫어서 등피리와 멸치는 양파 껍질과 함께 팬에 잠깐 볶고 건 표고, 다시마, 양파, 대파, 대파 뿌리, 동태 머리를 넣고 끓인다.

 

풀 쑤기 : 건더기를 제거한 육수에 감칠맛이 나도록 시판 사골국물 한 팩과 찹쌀가루를 물에 개어 넣고 죽을 만든다. 죽은 숭늉 정도의 멀건 점도가 좋다.

 

양념 만들기 : 양파, 마늘, 생강, 무를 믹서기에 갈아 식힌 육수 풀에 넣고 고춧가루와 젓국을 넣어 밤새 불린다.

 

3. 김장 셋째 날

 

밤새 불린 고춧가루 양념에 갓과 쪽파, 청각 다진 것 딱 세 가지만 넣고 버무린다.

싱거우면 젓국이 아닌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보관 : 김치 냉장고 용기는 아무리 씻어도 묵은 김치 냄새가 배어 있다. 묵은김치 향과 새로 담근 김치 향이 섞이는 게 싫어서 소형 김장 봉투를 김치통에 넣고 그 안에 김치를 넣는다. 김치를 바닥부터 차곡차곡 빈틈이 생기지 않게 넣고 공기는 최대한 빼내고 묶어두면 끝이다.

 

, 생새우, 젓갈, 오징어, 심지어 돼지고기를 넣는 김치도 있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별로 도전하고 싶진 않다. 김치속에 본래의 맛을 잃은 쪼그라진 굴이나 젓갈등 잡다한 양념소가 빼곡히 들어 있어 걷어내고 먹는 것도 귀찮고 김치찌개 끓이려면 탈탈 털어내야 하는 것도 귀찮다. 한마디로 난 그냥 심플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천하의 게으름뱅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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