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샤인 농사 마무리
드디어 올해 샤인 머스켓 수확 마무리를 했다. 포도밭에 아직도 남은 샤인 송이들을 보며 심란해하다가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바빠서 따다 줄 순 없으니 그릇 들고 와서 따다 먹으라고. 어쨌거나 더 이상 포도나무에 매달린 포도가 없으니 살 것 같다. 초보 포도 농사꾼의 성적표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농사 망함
수확할 시기 즈음에 매일 비가 오거나 날이 흐려 포도의 당도가 오르지 않았다. 직원들 추석 선물용으로 대량 주문을 한 회사들에 브릭스가 못 미치는 포도를 납품할 수가 없어서 예약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첫 거래를 그렇게 망쳤다. 그 와중에 일부 유통업자들은 대규모 포도 재배 단지에서 아직 당도가 오르지 않은 포도를 밭단위로 사들여 마트에 저렴하게 뿌려 댔다. 소비자들은 맛도 없고 싱거운 샤인을 ‘물샤인’이라며 외면했다.
벌레들의 만찬
추석이 지나고 포도는 이제야 당도가 차오르며 맛이 좋아졌다. 하지만 추석 특수는 이미 물 건너갔고 농장에 매달린 탐스럽고 노오란 맛있는 샤인은 농가의 시름이 되기 시작했다. 한번 ‘물 샤인’의 맛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샤인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았다. 당연히 샤인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미처 수확하지 못한 포도밭에는 맛있게 익은 포도의 단맛을 즐기기 위해 벌레들이 꼬였다. 한마디로 벌레들의 만찬장이었다. 당장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포도에 모여드는 벌레를 잡기 위해 농부들은 그 어떤 살충 조치도 할 수 없다. 이제 포도를 무조건 수확해서 소진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운이 좋으면 비록 저렴한 가격으로라도 판매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저온 창고에 저장을 하거나 가공을 해서 판매하는 방법을 궁리한다. 그 마저도 판매를 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공들이고 돈 들여 예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기분 좋은 일은 있으니. . .
우리 농장이야 소규모이니 손실이 적지만 큰 포도 재배 농가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지난주에 농업 기술 센터에서 저온 샤인 말랭이를 만들어 보겠노라고 해서 포도알만 따다가 테스트용으로 건네주었고,, 자주 가는 젤라토 아이스크림 집에 제품 개발해 보라고 조금 따다 주었다. 포도를 믹서기에 갈자마자 갈변 현상이 심해서 1차 시도는 실패했지만 재미있었다는 사장님에게 2차 시도도 해보라고 또 몇 송이를 가져다 주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겠다는 사장님의 얼굴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결과가 좋으면 좋겠다.
샤인! 무엇이 될꼬 하니
내친김에 집에서도 샤인 먹거리를 만들었다. 큰 솥단지에 잼도 만들고 고추 건조기에 넣어 건포도도 만들었다. 비록 새로운 음식은 아니지만 막상 만드니 여러 집 나누어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건포도는 시나몬 한 조각과 말린 생강 한쪽을 넣고 끓여 모닝 차로 마시거나 치즈 한 조각을 곁들여 맥주나 와인 안주를 삼아도 나름 어울렸다.
비록 포도를 한 알 한 알 따서 씻고, 끓이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가며 졸여서 잼을 만들고, 건조기 속 포도알을 골고루 마르도록 뒤집어 주느라고 몸살은 났지만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는대도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은 잼과 말랭이를 접하니 흐뭇했다..
세상 사람 모두 아는 샤인 포도 잼 만드는 방법.
씻어서 끓이다가 원하는 농도가 될 때까지 저어가며 졸리면 된다.

단지,
1. 자칫 타기 쉬우니 두껍게 코팅된 용기를 사용할 것
2. 냄비가 상하지 않도록 실리콘 주걱으로 저어줄 것
3. 당도는 샤인만으로도 차고 넘치므로 설탕은 잊을 것.
4. 투명하고 영롱한 샤인 머스켓의 연초록잼을 기대하지 말 것. 그저 거무튀튀하고 못생겼지만 맛은 좋은 잼에 만족할 것.
세상사람 모두 아는 샤인 건포도 만드는 법 <15단 자리 고추 건조기 기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낸 샤인 알맹이를 골고루 펴서 깔고, 60도에 100시간 건조 후, 알맹이들을 뒤집어 주고 50시간 추가로 더 건조해주면 알맞게 마른 샤인 말랭이가 만들어진다. 더 바삭한 건포도를 원하면 20시간 정도 추가로 말리면 된다. 이 말랭이 역시 당도가 차고 넘치므로 설탕물 전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단, 건포도는 생포도보다 당질량과 칼로리가 훨씬 높으므로 하루 한 줌 정도 이상 먹지 않는 게 좋다. 물론 더 많이 먹는다고 감방 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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