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책

플로리다 프로젝트- 부모와 국가, 그리고 어린이

by 7시에 말자씨는 2023. 5. 24.
728x90

<부모의 자격을 논하고 싶은 영화>

출처 : 다음이미지

뉴스를 보다가 저런 부모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부모의 자격을 분명히 규정할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 부모에게 아이의 양육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모는 있습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속의 핼리 역시 그런 부모 중의 하나입니다.
 
핼리는 딸 무니와 함께 ‘매직캐슬’이라는 모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국가의 지원마저 끊겨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고 노상 거래를 하고 무니를 핑계 삼아 구걸을 하는가 하면 불법 성매매까지도 합니다. 무니의 교육은커녕 범죄 행위에 무니를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무니가 말썽을 피우고 나쁜 짓을 하더라도 훈육이란 걸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엄마입니다. 무니가 옆에 있다고 해서 그녀의 언행이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거짓말과 욕을 거침없이 하고 타인의 선의를 고마워할 줄 모르고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면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모텔 관리인과 협상이 잘 되지않아 그곳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할 때는 반바지 속에서 착용하고 있던 생리대를 꺼내 관리 사무실 창문에 던져 버립니다. 행인에게 손가락 욕을 하고 절도죄로 고발하는 사람에게 구강성교를 흉내 내고 아이 앞에서 흡연과 음주, 음란한 몸짓을 자주합니다. 심지어, 무니를 욕실에 머무르게 하고 집안에서 성매매를 합니다. 슬픈 것은 무니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라 하더라도 화가 치미는 장면입니다.
 
핼리는 겨우 밥 세끼를 먹이는 것 이외에 어린아이의 양육자로서 어떤 고민도 없어 보이고 생활 자체에서도 절제라는 걸 전혀 모르는 그저 ‘막’ 사는 엄마입니다. 안타깝게도  어린 무니의 성장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은 엄마만은 아닙니다. 무니가 주거하는 모텔 주변에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접근을 하는 소아 성애자 남성이 있고, 팁을 줄 테니 춤을 추고 누워보라는 어른들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하는 주정뱅이 여성도 있습니다. Fuck과 Shit과 bitch란 욕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지겹게 해댑니다. 간혹 괜찮은 어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틀어 아이들을 염려하고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들을 최선을 다해 치워 주고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는 유일한 사람은 모텔 관리인 바비밖에 없습니다.
 

<비극의 대물림>

무니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엄마를 닮아간다는 점은 비극입니다. 무니는 아이들을 주동하여 주차되어 있는 차에 침을 뱉고 그것을 나무라는 어른을 조롱합니다. 모텔 수영장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하는 여성을 구경하며 그녀의 가슴 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친구를 부추겨 빈집에 불을 지르기도 하지요. 엄마옆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욕설을 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아직 아이니까 괜찮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무니가 처한 환경에서 무니가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무니는 또 한 명의 핼리로 성장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비극의 대물림인 셈이죠.
 

<국가의 역할>

이 시점에서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텔에서 거주하는 최고 빈민층들의 문제는 단지 경제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영화속 무니는 의무 교육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제도권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엄마 핼리와 무니의 관계는 양육자와 피 양육자의 관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어른답지 못한 엄마와 너무 어른 같은 어린 무니가 서로 동물적으로 의지하며 공생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을 옥죄는 생활고는 핼리를 더 엉망으로 만들고 무니를 더 위험한 환경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후에 비로소 국가가 개입합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신고가 없었더라면 그마저도 불가능했겠지요.. 뒤늦게 개입한 아동국은 엄마와 아이를 분리시키려 합니다.. 핼리는 아동국에서 무니를 자신과 분리시키려 하는 이유와 보통의 엄마라면 고려해 볼만한 무니에게 더 나은 양육 환경에 대한 고찰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애착 물건을 뺏기는 어린아이처럼 이성을 잃고 거부합니다. 한편 엄마와 분리되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은 하지만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인 무니는 도망을 쳐서 친구 젠시를 찾아갑니다.
 
왜 국가는 이들이 무너지기 전에 돕지 못하는 걸까요?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단지 출생 지원금 같은 미봉책으로 해결하려는 시책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왜 저출산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양육의 문제가 가장 클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무니의 아빠는 어디 있을까?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양육의 일부를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가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책임지도록 제재하거나 제도적으로 도와야 되는 것 아닌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아이들 조차도 안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뭐하러 위험을 감수하며 아이를 낳으려 할까?’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국가의 더 큰 고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엄마도 국가도 보내주지 못하는 꿈의 세상디즈니랜드로!>

 
젠시와 작별 인사를 하면서 무니가 엉엉 울 때는 안쓰러움, 미안함, 사랑스러움, 안타까움, 분노, 절망등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젠시가 우는 모니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두 어린아이는 서로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로 향합니다. 왜 하필 그곳이었을까요? 엄마도 국가도 보내주지 못하는 꿈의 세상, 디즈니랜드로 두 아이들은 스스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 곳이 젠시와 모니가 쟁취할 미래의 상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욕망과 빈곤의 상징적인 하나의 이름,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부의 상징 디즈니가 ‘디즈니 월드’라는 테마랜드를 확장하려고 플로리다 울랜도 일대를 사들이려는 기획에 붙여진 이름이면서 동시에, 현재는 미국 정부가 집이 없는 빈민층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실패한 자본주의 욕망의 상징이면서 빈곤의 상징적 이름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회사 디즈니가 미국 전역에 디즈니랜드를 확장해 가면서 1971년에  플로리다주에도 최초로 디즈니월드를 개장했는데 그 이름은 ‘매직 킹덤’입니다. 매직 킹덤은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으나 그 주변 인프라는 매직킹덤이 지어지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매직킹덤에 몰려들 인파를 예상하고 많은 숙소들이 호화롭게 지어졌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호텔과 모텔들은 투숙객들 대신 빈민층들이 주단위로 방세를 내며 편법적으로 장기투숙을 하는 곳으로 전략합니다. 영화 속에서 핼리와 무니도 한 곳에서 장기 투숙이 금지된 관계로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홈리스들에게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고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말은 그 보조금을 뜻하는 말이 됩니다.
 
<브루클린 프린스라는 연기천재>
무니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는 너무 귀엽고 능청맞게 연기를 합니다. 어른들의 비루한 생활과 천박한 심리를 다 인식하고 있지만 모르는 척하지요. 그것이 생존임을 본능적으로 습득한 새끼 사자 같다고나 할까요? 참 경이로운 어린이입니다. 브루클린 프린스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작품을 통해 받은 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최우수 아역연기상
여성 영화기자협회상 최우수 신인 연기상
시애틀 영화 비평가협회 최우수 아역연기상
워싱턴 D.C. 아레아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신인연기상
여성 영화 비평가협회 최우수 아역 여성연기상 수상

다른 수상 후보자들에게 ‘끝나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이 세상 모든 무니와 헬리에게 이 상을 바치며 우리 모두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수상소감을 하는 브루클린 프린스의 야무지고 귀여운 모습이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