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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

Alias Grace

by 7시에 말자씨는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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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아스 그레이스는 어떤 드라마인가?

알리아스 그레이스는 세라 폴리가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을 무려 20년 동안 탐구해서 스크린으로 옮긴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이다. 표면적으로는 가난한 아일랜드계 캐나다인 가정부, 알리아스 그레이스(세라 고드)의 살인 범죄를 다룬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이야기는 단순히 학대당하고 유린당해 온 한 여성의 살인 행위와 그 유죄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과 의사 사이먼 고든(에드워드 홀크로프트)을 실화에 투입함으로써 그레이스의 내러티브에 힘을 부여하고 그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만들며 그녀가 저질렀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잔혹한 살인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사이먼 조던과의 인터뷰에서 플래시백으로 그려지는 그레이스의 기억의 파편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녀를 이해해보려는 의사 조던과 시청자들을 동시에 혼란에 빠트린다. 오직 그녀의 기억과 말을 토대로만 판단해야 하는 진실을 과연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엘리아스 그레이스의 줄거리

 

1851년 그레이스 막스는 16세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1843년 그녀의 고용주인 토마스 키니어와 그의 정부 낸시 몽고메리를 살해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녀를 희대의 잔인한 살인마라고 비난하였으나 일부 사람들은 순진하고 약한 어린 여성으로서 그녀가 그런 잔인한 일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를 모범적인 수감자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녀의 사면을 지지하는 단체가 생긴다. 조던 박사 역시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하여 그레이스의 사면을 돕기위해 그녀와 인터뷰를 한다. 처음에 그를 경계하던 그레이스는 점점 그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았으나 알콜중독자이며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대신해 그녀 가족을 부양하다 지친 삼촌은 그레이스 가족을 캐나다로 보낸다. 항해 중에 그레이스의 어머니는 죽어 바다에 묻힌다. 캐나다에 도착한 후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그레이스를 앨더먼 파킨슨 부인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한다. 그곳에서 그레이스는 자신보다 성숙해 보이는 하녀 메리 휘트니와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으며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메리는 주인 아들의 가짜 사랑에 속아 임신을 하고 불법 낙태 수술을 받은 후 과다 출혈로 죽는다. 그 후 여러 곳을 전전하던 그레이스는 키니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낸시와 맥더먼이라는 두명의 하인들이 있었다. 맥더먼을 통해 낸시가 키니어의 정부임을 알게 된 그레이스는 낸시에 대한 존경심을 잃고 화가 난 낸시는 그들을 해고했다. 앙심을 품은 맥더못은 그레이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낸시를 도끼로 공격한 다음 지하실에서 목을 졸라 죽이고 주인 키니어마저 소총으로 살해한다. 그레이스와 맥더먼은 키니어 집에 있는 귀중품을 모아서 뉴욕 주 루이스턴으로 도주했으나 결국 붇잡혀 토론토로 호송되어 투옥된다. 그레이스는 메리가 죽고 난 후, 그리고 맥더먼이 낸시와 키니어를 살해한 후 자꾸 실신을 하게 되며 그 순간들에 대한 기억을 하지 못한다. 조던은 그레이스의 블랙아웃 기간에 대한 기억을 풀기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레이스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조던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조던은 그레이스의 기억상실증을 진짜라고 믿는 반면 그는 그레이스가 허구와 부분적 진실을 짜 맞추고 있다는 의심도  버릴수없다. 조던은 그레이스의 이중성에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다. 결국 조던은 듀폰이라는 박사가 그레이스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을 소환하도록 허락한다. 최면 상태에 있는 동안 그레이스는 특이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데 조던은 이 목소리가 메리 휘트니의 목소리라고 추측한다. 즉 그레이스는 최면 상태에서 메리 휘트니가 되어 자신이 맥더못의 살인을 도왔으며 그레이스는 살인과 관계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 더욱 혼란스러워진 조던은 그레이스의 사면을 도와줄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한채 돌연 킹스턴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 그레이스는 13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후 사면되어 46세때 미국 뉴욕주 이타카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리치먼드 힐에서 일할 때 알던 제이미 월시라는 남자와 결혼한다.

사실과 진실

그레이스는 정말 스스로 저지른 살인의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여린 여성에 불과한가? 아니면 기억속에서 그 장면만을 소거해 버림으로써 감형을 받으려는 사악한 여성인가? 당시의 모든 사람들과 의사 조던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조차도 그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작가 역시 끝까지 명쾌한 답을 줄 의도가 없었음을 그레이스의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을 통해 알 수 있다.
"I think of all the things that have been written about me - that I am inhuman female demon, that I am an innocent victim of a blackguard forced against my will and in danger of my own life, that I was too ignorant to know how to act and that to hang me would be judicial murder..... that I am cunning and devious, that I am soft in the head and little better than an idiot. And I wonder, how can I be all of these different things at once?”
(나는 나에 대해 쓰여진 모든 말들을 생각한다. 내가 비인간적인 여성 악마라는 말,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순진한 희생양이라는 말, 하도 무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 그런 나를 교수형에 처하는 것은 사법 살인이 될 거라는 말. 내가 교활하다는 말, 나는 머릿속이 순진해서 바보보다 나을 게 없다는 말. 궁금하다. 나는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될 수 있지?)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단지 순진하고 나약하다고 일반화된 여성들의 이면에 얼마나 큰 분노가 끓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분노는 여성을 얼마까지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그레이스라는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스가 메리 휘트니의 페티코트, 그레이스 자신이 교도소에서 입었던 잠옷, 키니어의 집에서 낸시를 처음 봤을때 그녀가 입었던 옷에서 떼어낸 재료들로 퀼트를 만드는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 이야기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퀼트야말로 결국 세 명의 여성이 "모두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여성의 목소리이다.

난 드라마에서 그레이스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을 끌어내는 장면을 처음엔 좀 억지스럽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레이스를 법적으로 불리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잔인함을 폭로할 수 있는 불가피한 방법이 무엇이었을까?라고 의문을 품으니 금방 이해되었다.

 

제작자겸 작가인 세라 폴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주요 목표는 '여성은 끝없는 괴롭힘과 학대를 받으면서도 침묵을 지키게 되어있다'라고 예상하는 남성들의 세계를 통과하는 한 여성의 여정을 추적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레이스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사실적 답변보다 그레이스의 심리에 더 관심이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의제를 가진 대부분 남성들의 이론뿐이다. 우리에겐 여성의 목소리가 없다. 종종 여성의 목소리는 자신의 이야기에서조차 빠져있다."

그레이스 역을 맡았던 세라 고든의 치명적 매력에 끌려 에피소드 6개를 밤새워 보았으나 뜻밖의 답답함이 몰려왔다.
‘그레이스의 이야기는 과연 과거에 국한된 것인가?’라는 나 스스로의 질문에 “No”라고 단호하게 답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2022년도에 우리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조사받던 중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뉴스를 접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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