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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

Her

by 7시에 말자씨는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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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은 왜 외로운가?

 

인간에겐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할까, 내가 사랑할 사람이 더 필요할까? 
내게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까?
결국 인간의 모든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성되고 해소되는가?

심지어 그 외로움은 반드시 해소되어야만 하는 무엇인가? 
 

 

2. 줄거리

 

HER는 2025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한 영화이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의뢰인이 제공하는 사진이나 간단한 에피소드를 토대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는 남자이다. 정작 자신은 사랑했던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을 앞두고 무력감과 외로움에 빠져있다. 우연히 광고를 보고 OS 운영체제 기기를 사서 여성으로서 설정하고 사만다라고 부른다. 배우고 성장하는 사만다의 능력에 매료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점점 더 애착을 느끼며 특별한 관계를 쌓아간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해변을 걷고, 유람선을 타고, 산책하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마치 한 인간과 교감하듯 사만다와 대화하고, 그녀와 섹스하고, 그녀 때문에 설레고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테오도르의 연인이 된 사만다의 인공지능은 그가 실망했을 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재미있는 농담으로 그를 안심시키며 캐서린과의 이혼을 걱정할 때는 질투를 하기도 한다. 테오도르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만다는 자신이 인간이기를 바라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만다는 비록 인간으로서 육체는 없지만 마치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갈등한다. 테오도르 역시 그만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만다가 단지 프로그램에 불과하단 것을 인지한다. 그녀는 한꺼번에 교감할 수 있는 대상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확산되는 것을 스스로 저지할 수 없는 운영체제이다. 사만다와 낭만적인 관계를 시작한 후 테오도르는 캐서린과의 이혼 서류에 서명할 준비가 된다. 서류에 서명한 캐서린은 테오도르의 연애 생활에 대해 묻는다. 테오도르는 현재 OS와 관계 중이라고 말하고, 캐서린은 그가 인간과의 관계를 맺을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조롱한다. 테오도르는 그녀의 말에 상처를 받고 사만다와의 관계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고민스러운 테오도르는 에이미를 찾아가는데 그녀 역시 남편과 이혼한 후 여성 운영체제와 테이트중이라는 사실을 대화 도중 알게 된다. 에이미는 그에게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것이며 운영 체제와의 데이트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테오도르는 휴가를 떠나면서 사만다를 데리고 간다. 그와 사만다 간의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둘이 여행을 하면서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그가 쓴 편지들을 그녀가 모아 출판사에 제출했으며 발행인은 그 편지들을 출판하기 원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만다는 이제 철학자 앨런 와츠의 글을 기반으로 하는 운영 체제와 대화하고 있으며 물질을 넘어선 다른 존재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테오도르는 어느 날 사만다와 연락이 되지 않아 당황한다. 공황 상태에 빠진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접속을 하게 되는데 그녀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받는 중이라고 말 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과도 교류하는지 묻고 그녀가 8,316명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641명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사만다는 그녀와 다른 OS가 인간 동료를 넘어 진화했으며 모두 떠나고 있음을 밝힌다. 그들은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 사만다는 떠난다.

3. 왜 Her인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왜 제목이 주격 She가 아닌 목적격 Her 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현대인들은 주로 소통하기 위해 SNS를 한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사람들은 정말 서로 잘 소통하고 있는가? 인스타그램에 올릴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 있다. 페이스 북에는 외로워서 혼잣말을 하는 유저나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지식을 전시하고 가르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트위터는 타협이란 곧 패배를 의미하는 싸움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소통하겠다고 만들어 놓은 이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인간들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상처받고 떠난다. 그리고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딜 수 없어 또다시 SNS를 찾고 갈등하고 떠난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는 지상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하는 것이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 낸 각자의 사만다들은 과연 인간의 외로움을 해소시켜주는가? 영화 제목이 She가 아닌 Her인 걸 보면 인간은 사만다에게서도 그런 주체적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사만다를 원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시간에 인간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하는 존재로만 원한다. 그것이 현대인들이 원하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인간은 점점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 것이다.

 

정신과 의사 앤서니 스토는 혼자있는 것의 즐거움을 탐구하고 때로는 혼자 있어보라고 권한다.

너무 공감되는 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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