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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진주, 행운일까? 파멸일까?

by 7시에 말자씨는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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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필리핀에서 한 어부가 1천억 원을 호가하는 34kg짜리 진주를  10년간 침대 밑에 보관 (정확히는 방치) 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세상에. 침대밑에 놓여 있는 돌멩이가 천억 원도 더 되는 보석이라는 걸 모른 채 10여 년을 노동에 시달렸을 어부를 생각하니 한숨이 난다. 

이렇듯 우리는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학습하지 못한 것의 가치를 알기가 쉽지 않다.

존 스태인 백의 소설 '진주'가 생각난다.  주인공 키누는 고기를 잡아 근근히 먹고사는 어부이다. 전갈에 물린 아기를 살리고자 진주를 찾으려고 자맥질을 하던 그에게 신의 선물이 주어졌다.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진주를 찾은 것이다. 이제 키노는 가난과 모욕의 삶을 만회할 수 있다. 빈자로서 꿈도꾸지 못했던 이타적 본능도 되살아났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기에게서 천민의 굴레를 벗겨줄 수 있는 '교육'이란걸 받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일뿐이다. 키노는 질투하는 주변인, 헐값으로 사려는 탐욕스러운 상인, 강제로 뺏으려는 사악한 군인등에 시달리며 도주하다가 결국은 추적자들을 죽이고 그 와중에 가장 소중한 아기조차 잃게 된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키노는 그 애욕의 진주를 다시 바다에 던져버린다. 키노에게 진주는 단지 고통과 파멸의 근원일 뿐이었다. 

출처 pixabay

 

가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기사를 접한다. 갑자기 많은 돈을 갖게 된 그들은 거의 모두가 복권에 당첨되기 이전보다 더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주로 복권을 구입하기 때문에 그들이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부채 일시 상환이나 갑작스런 퇴직, 눈에 띄게 늘어난 지출등에 의해 쉽게 드러나는 것이다. 
당연히 손벌리는 사람들과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될 것이고 경험 없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일단 흥청망청 써보거나 할 것이다. 

실제로 몇년전 복권에 당첨된 어떤 사람은 인터뷰에서 복권에 당첨된 후 자신의 주변은 질투하는 자와 손 벌리는 자들로 끓는 물처럼 부산스러워졌다고 했다. 결국 그 돈을 지키기 위해 이민을 생각할 정도였다니 놀랍다.

재산은 모으는 것 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큰 재산을 가져본 적이 없고 따라서 돈을 관리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갑자기 굴러들어 온 돈은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소설속 키노처럼 힘없는 사람들은 다가온 행운조차 지켜내는 것이 힘들다. 어쩌다 행운이 찾아와도 정작 그것을 유지하거나 누리는데 필요한  학습된 지식과 힘, 뻔뻔함이 없기 때문이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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