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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우리 일상에 주방테크가 본격적으로 자리하는 해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일과 가사를 같은 공간에서 하는 재택 근무자인 나는 일과 동등하게, 어쩌면 더 많이, 가사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일하는 동안 로봇 청소기가 거실을 쓸고 다니고 설거지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부탁하는 정도의 AI도움은 받고 있다. 하지만 바닥의 물건들을 치워 로봇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로봇의 손길이 못 미치는 사각지대를 손으로 일일이 닦아내야 하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다.
가끔은 리모컨 버튼 하나 누르면 바닥에 있는 모든 물건이 공중 부양하고 고압 호스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바닥을 순식간에 씻어버리고 천정 공기 순환 공조 시스템이 가동하여 뽀송뽀송하게 마르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느리고 한가한 노년을 꿈꾸면서도, 동시에 우선 이 지긋지긋한 가사노동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하루도 안 해본 적이 없다니 참 이율배반적이다.
설거지에 손 마를 틈이 없는 설날 즈음,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반갑다.
최근 미국에서 세계 최대 규모 가전 및 IT 전시회 CES2023이 열렸는데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중 하나가 ‘푸드테크’이다.
식품의 생산, 가공, 외식, 배송, 조리, 친환경적 음식 폐기물 활용및 처리까지 식품 벨류체인 신기술을 적용해서 이루어질 추세라고 한다. 인공지능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전문적 기술을 토대로 한 식품 산업 트랜스포메이션이 신제품 개발에 활용된다는 것이다.
한국 산업 기술진흥원(KIAT)은 푸드테크를 10대 유망산업중 하나로 꼽았으며 국제로봇연맹(IFR) 역시 차후 글로벌 로봇 5대 트렌드 중 하나로 ‘자동화 식당'(Automated Restaurant)을 포함시키고 있다. 2019년도에 인도 남부의 벵갈루루에서는 이미 안내원 1 대와 서빙 5 대, 총 6 대의 로봇팀이 운영하는 식당이 생겨 운영 중이다. 그 당시 카르티키안 라메쉬 (Karthikeyan Ramesh) 총 책임자는 " 하루 7시간 만에 평균 500 ~ 600 명의 사람들이 식당을 방문하고 있으며 높은 수요로 인해 벵갈루루에 5개의 지점을 추가로 계획하고, 해외 확장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조리나 서빙 등 식당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19년 310억 달러에서 2024년 1천220억 달러(약 146조 원)로 증가할 전망이고 범위를 푸드테크 전반으로 확대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져 2019년 2천203억 달러에서 2027년 3천425억 달러까지 다다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4,044개, 인도 1,604개 영국 1,082개와 268개의 의 중국이나 130개의 일본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준이지만 한국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벤처투자분석업체인 더브이씨(THE VC)는 2022년 기준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 수를 93개로 집계했다.
LG전자는 CES2020에서 셰프로봇 ‘클로이'(CLOi)를, 삼성전자는 IFA2019, CES2020에서 사람 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를 소개했다. LG전자 클로이는 제일 제면소 일부 지점과 CJ푸드빌 ‘빕스’ 등촌점에서 국수를 조리하는 등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웨이브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는 로봇과 AI를 활용하여 주방 자동화 로봇을 만들고 주방 운영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일 메뉴를 만드는 기존 조리 로봇과는 달리, 웨이브는 1개 주방에서 최대 30개 브랜드의 음식을 취급할 수 있다. 웨이브는 독자 개발한 로봇과 통합 컨트롤타워인 AI ‘로키스’(ROKIS) 덕분에 복합 조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요즈음 로봇이 서빙해 주는 동네식당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앞으로는 서빙뿐만 아니라 주방 내의 힘든 조리 과정도 로봇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오려나보다. 아울러 가정 내 갈등 요소인 가사노동에도 로봇이 상용화되기를 바란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제 막 푸드 테크 관련 기술에 마중물이 부어진 상태"라며 "대기업이 선두주자로 푸드 테크 혁신에 시동을 걸었고, 최근에는 기술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들도 대거 가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인간은 무슨 일을 하고 살게 될까? 누군가의 농담처럼 로봇에게 먹일 김밥이나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그래왔듯이,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는 인간 부류와 일자리를 잃고 더 비참해지는 인간 부류로 양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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