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현정이 애인에게 말한다. '난 엄마를 많이 사랑하지만 엄마가 혼자 알아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라고. 어쩌면 이것은 세상 모든 자식들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일 것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사랑한다고 해서 서로 속박하지는 않는 관계, 내가 부모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관계, 부모가 나의 성취를 통해 본인의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관계, 그 모든 바람이 이 한 대사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이면서 동시에 부모이기도 한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있고 그들 자녀의 마음속에도 틀림없이 담겨 있을 저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모두가 독립된 개체이다.
그것은 부모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 자식 간의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 의존도는 타인과의 관계보다 훨씬 클 수가 있지만 세상 모든 것에 그렇듯 그 관계성에도 임계점은 있다. 상대가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놓이기 전에 자력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정서적으로도 자신을 보살피고 독립하는 게 중요하다. 정서적 웰빙이란 말이 있는데 ‘사람의 감정과 그들이 삶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활용하는 능력, 즉 생활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회복력을 가지며, 좋은 감정을 생성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런 능력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누구나 돈을 일 순위로 꼽을 것이다. 매일 돈 걱정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Daniel Kahneman이라는 학자는 사람이 연소득 75,000달러를 벌게 되면 그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 느끼는 정서적 혜택은 사라진다고 한다. 무슨 뜻이지? 그리고 75,000달러라고?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일억 원에 가까운 액수이다. 웬만한 대기업 10년 차 정도는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연봉이다. 물론 Kahneman의 주장은 이 액수가 정서적 웰빙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 이상이 된다고 해서 정서적 행복감이 무제한으로 증폭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연소득 75,000달러는 사람들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 필요한 소득이 아니라 충분한 소득‘이라는 의미이다. 사람마다 만족할 수 있는 돈의 액수는 다를 것이므로 딱히 75,000달러에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중요한 것은, 돈 역시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인간의 정서적 행복감을 충족시키는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너무 흔하지만 맞는 말이다.
돈 이외에 개인의 정서적 행복을 위해서 권장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루틴 만들기.
루틴이 없이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무의미하게 소비되기 쉽고, 생활패턴도 불규칙하므로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무력감과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루틴이 없는 사람들은 늘 한가해 보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상관없는 일에 불려 다닐 확률이 높다. 자기만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고 꼭 생산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하기
사람들은 흔히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게는 야박하다고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반대인 경우가 많다. 특히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가볍게 용서하고 지나칠 일도 스스로에게는 용납이 안 되어 자책하고 움추러든다. 노력한다고 해서 쉬워지는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도 관대한 사람이 되어보자.
외국어 공부하기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뚜렷한 목표와 동기가 없으면 실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학습자에게 도전 의식과 성취감을 심어 줄 수 있다. 현지를 여행할 때 습득한 언어로 소통하는 것의 기쁨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며 지역 사회에서 외국어로 할 수 있는 작은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삶에 활력소가 될 것이다.
취미 생활 하기
그림이나, 악기 연주, 글쓰기처럼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서로 이끌어주며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취미 활동도 바람직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이나 콘텐츠를 들으며 식물 기르기나 뜨개질을 하는 것도 뇌를 활성화시키고 마음을 진정 시켜준다.
무리하지 않은 신체 활동하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은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 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심지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우울해지고 의지가 약하고 게으른 자신을 탓하기 쉽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골프, 배드민턴, 달리기, 헬스, 요가 같은 운동이 아닌,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스트레칭이나, 산책,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이면 충분하다.
질 좋은 수면
질 좋은 수면은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를 상쾌하게 리셋시켜 줌으로써 기억을 관리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의욕적으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거나 불 필요한 말을 전하지 않기
남의 험담을 하거나 누군가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전해서 갈등을 조장하는 일은 그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아주 해로운 일이다. 악의가 없었다고 하는 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며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해서 정신 건강에는 최악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과 멀리하기
인간 관계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참기 힘든 유형의 사람들과 계속 엮이는 것은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 특히 상대를 자기 방식대로 컨트롤하려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다 보면 자존감을 잃기 쉽다.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반려 동물과 같이하기
반려 동물들과의 교감은 삶을 충만하게 한다. 그들의 사랑스러운 몸짓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돌봄의 수고로움을 상쇄한다. 세상에서 나만 바라보고 의지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질 것이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친절 베풀기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행복감을 얻을 때가 많다. 소소한 친절이던 큰 친절이던 베풀고 난 후에는 그것에 대해 보상받으려는 심리는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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