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생각

인간이라는 잡식성 동물, Omnivore’s Paradox

by 7시에 말자씨는 2023. 9. 6.
728x90

잡식성 동물의 특징은 다양한 동, 식물을 먹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한 가지 음식만으로는 그의 신체적, 정신적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다. 즉, 인간은 태생부터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해서는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참치회를 미치도록 좋아한다고 해서 참치만 먹으며 살지 않는다. 영양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는 목적도 있지만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기쁨도 간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참치 이외의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참치가 싫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란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단 음식에만 국한된 얘기인가? 아니다.

사회 생활에서도 인간에게는 잡식 동물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더라도 그 밖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 비단 생존을 위한 인간관계의 영양 결핍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이유만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면서 느끼는 삶의 행복감이 있다. 애인과 단 둘이만 있어도 인생이 충만하고 그 밖의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기간이 얼마나 길 것 같은가? 자칫 제2, 제3의 애인이 필요하다는 말 같지만 그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과 관계 맺기를 한다고 해서 애인이나 배우자를 시시각각 바꾸는 일은 드물다. 여전히 그나 그녀를 가장 사랑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할 뿐이다. 그 부분을 인정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자신에게만 묶어 놓으려는 인간들이 있다. 인간의 기본 심리와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마치,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인간에게 한 가지 음식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잔인하고 미련한 짓이다. 

 

자신을 돌아보라. 새로운 것에 대한 끌림이 없는가? 간혹 멈추는 법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그 어떤 치명적인 새로움에 끌려 무작위로 섭취해 버리는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아니하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사이에서 한 순간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조금 나아가고, 조금 후퇴하고, 잠시 멈추고, 또다시 가속 페달 밟으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이라는 잡식성 동물에게 무의식적으로 체화되어 있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잘 이용한 사업가들이 늘어나고 그 사업가들이 마련한 시장에서 인간은 기꺼이 지갑을 열며 열광한다. 각 도시마다 한옥의 고혹미를 그대로 살린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최고급 서양요리가 촌스러운 옛날 접시에 담겨 나오는 가하면 전생과 이생을 왕래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전통 악기와 힙합이 어우러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익숙한 것이 주는 권태와 새로운 것이 주는 공포를 잘 견뎌내지 못하는 인간의 부정적 측면이 오히려 어느 상황에서도 잘 적응하고 돌파해 나가며 즐길 줄 아는 능력으로 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끌림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익숙하고 편안한 것에 안주하려는 본능을 가진 인간의 모순(Omnivore’s Paradox )은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