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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가짜 뉴스와 조리 돌림, 그 지겹고 위해한 것들

by 7시에 말자씨는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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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부글부글 끓는 사안들은 그저 며칠씩 묵혀서 바라보는 게 현명하다.
 

가장 핫한 뉴스를 발 빠르게 공유하고, 고만고만한 자신의 의견을 내서 의식 있는 시민으로 보이려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간혹 자극적이며 왜곡된 시선으로 쓰인 기사를 보고 누군가를 파렴치한이나 사악한, 혹은 미련한 사람으로 몰면서 끼치는 해악의 위험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야 한다.
 
특히 대중들의 관심이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연예인의 경우와 그릇된 여론이 형성되면 나라의 존치가 위태로울 수 있는 정치권은 파급 효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피자게이트라고 불리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와 워싱턴 D.C의 한 피자 가게가 아동 성매매 집단과 연관되어 있다는 루머가 온라인상에서 퍼졌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마구 복제, 확산되었다. 실제로 이를 믿은 한 남자는 총기를 소지한 채 해당 피자 가게를 찾았고 그의 공격에 가게 주인과 직원들이 위협받고 피해를 입었다. 비록 아무런 증거 없이 완전한 허위 사실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사실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들도 상당했다. 그 루머가 선거 패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거짓 정보와 음모론이 어떻게 사회와 정치를 교란시키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출처 iStock >

그런가 하면 2022년 9월, 인터넷상에는 배우 이상보 씨가 마약을 복용한 채 길거리를 배회한다는 사진이 여기저기 올라왔다. 그를 신고한 시민은 그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보고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을 다룬 언론들은 문제가 크다.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했다'라고 떠들어 댔기 때문이다. 단지 소량의 향 정신성 성분이 포함된 술과 우울증 약을 복용했을 뿐이었으나 부정적 여론은 커져갔고 결국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정밀감식을 받았다. 모르핀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고 사건이 종결되고서야 비로소 여론은 잠잠해졌지만 그가 입은 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이후의 그 초췌한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최근에 컴백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가운 일이지만 겪지 않아도 되었을 11개월이라는 공백을 순전히 거짓뉴스로 인해 겪은 것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분노했다가 후회한 사건이 기억난다. 2005년 240번 버스 기사 사건이다. 이 사건의 최초 유포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7살 된 아이를 '5살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애'라고 묘사하고, 아이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보호자와 연락해 금방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울부짖는 보호자에게 버스기사가 욕설을 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기사에게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이후 진상조사 결과, 해당 버스기사는 무고한 피해자였고 오히려 글을 쓴 여성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버스기사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직업을 잃을 뻔했으며 그의 회사 역시 큰 타격을 받을 뻔했다..
 
거짓 뉴스에 속고, 부화뇌동하는 일은 일상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주변에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며 끊임없이 말을 전하는 사람들을 종종 겪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같은 사건조차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팩트에 본인의 생각을 더하며 조금씩 다르게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문해력이 부족하거나 확증편향에 빠져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집쟁이들은 지겹고 위해하다. 그들은 심히 자기중심적이어서 모든 이야기를 멋대로 절단, 왜곡, 확대하는 경향이 있고 전달하려는 내용보다는 자신의 코멘트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려는 욕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전달하는 정보에 휘둘려 지인 간에 갈등을 한 두어 번 겪다 보면 결국 사람들은 그 사람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중요한 일에서 그를 소외시키곤 한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속에서 누가 그르고 누가 억울한지 가려낼 재간이 없다. 최고 권력자는 최고 권력자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모두 자신들이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라고 징징거리고 언론은 언론대로 권력이 자기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민중은 민중대로 그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고 성화이다.
 
그 와중에 물어뜯을 것 없는지 찾아 헤매는 이리떼처럼, 먹잇감을 찾아 당장이라도 키보드를 때려 부술 준비가 된 대중들이 있다. 정보에 좀 늦으면 어떻고, 모든 사안에 내 의견을 내지 않으면 어떤가. 내 의견과 비슷하지만 나보다 더 설득력 있게 의사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좋아요' 공감 버튼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여론 형성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믿을 수 없는 사건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서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진상을 알고 난 후 비난을 해도 늦지 않다. 이미 비난하고 조리돌림 한 후 미안해하는 마음이 있다 하여 그들의 상처가 금방 씻은 듯 없어지진 않는다.

지금도 SNS에서는 대전 교사 사망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과 자녀들의 신상이 무방비로 공유되고 있으며 그들이 운영하는 김밥집과 미용실은  저주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결국 문을  닫고 아직도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버리겠노라고 협박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잘, 잘못을  떠나 이 광기로 인해 또다시 죽어나가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국가와 법이 공정하고 집요하게 가동되고 위정자들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신뢰가 쌓이지 않는 한 스스로 응징하겠다는 사람들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일해야 하는 곳에서는 일을 하고 멈춰야 할 사람들은 멈춰야 한다.